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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2018)

by 젠느 2022. 4. 12.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개봉 : 2018.02.28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3분

감독 : 임순례

출연 :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임용고시를 함께 준비한 남자 친구는 합격했지만 정작 자신은 불합격한 주인공 혜원은 잠시 며칠 쉬었다 갈 생각으로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그녀가 온 고향 집은 혜원이 수능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홀연히 떠나버린 엄마가 살던 빈 집입니다.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지 꽤 되었기에 제대로 된 식재료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마침 마당 앞 텃밭에 소복이 쌓인 눈 아래 묻힌 배추를 발견합니다. 혜원은 그 배추를 뽑아와 뜨끈한 배춧국을 끓여 허기를 달랩니다. 온갖 조미료와 방부제로 만들어진 자극적인 도시의 음식의 맛과 다른 자연 본연의 맛이 담긴 음식이었습니다.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스스로에게 선물한 소박한 위로와 격려의 한 끼가 됐습니다. 혜원을 제일 먼저 반갑게 맞아준 것은 고향 소꿉친구들입니다. 도시에서 일을 하다가 영농후계자가 되기 위해 귀농한 재하는 혼자 있으면 무서워할 것을 배려해 강아지 한 마리를 혜원에게 선물합니다. 그날 밤 오랜만에 들어 낯설고 두려울 수 있는 시골의 밤 소리지만 강아지 오구와 함께 의지하며 시골에서의 첫 밤을 보내게 됩니다. 엄마의 레시피를 상기하며 자연의 재료로 간단하고도 맛있는 끼니를 지어먹는 혜원은 그렇게 스스로 치유하게 됩니다. 지금은 세월이 훌쩍 지나 어른이 되었지만 함께하면 언제든지 어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도시에선 느낄 수 없었던 행복입니다. 하지만 혜원에겐 친구들에게 애써 티 내지 않았지만 시골로 내려오게 된 특별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집안 곳곳에 편지를 써두고 말없이 사라진 엄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엄마의 부재를 이해할 수 없었던 혜원은 사계절을 이곳에서 지내며 차츰 모든 것엔 기다림과 타이밍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엄마의 마음과 행동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혜원에게 잠시 쉬었다가도 괜찮다 말합니다. 이제 혜원도 오롯이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일본 원작과의 비교

본 영화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일본 만화 <리틀 포레스트>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2부로 나뉘어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하나의 만화를 두고 각색되었지만 근본적인 내용이 다른 두 나라의 영화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첫 번째, 스토리 전개 관점이 다릅니다.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는 관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며 음식이 나오는 반면, 일본은 음식이 주가 되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합니다. 그래서 한국판을 보면 나 자신과 그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지만 일본판을 통해서는 그저 영상을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곤함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두 번째, 등장하는 음식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 같지만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는 육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동물권행동 카라의 대표이신 임순례 감독님이 채식주의가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원작에 나오는 음식들과 비슷한 음식들도 있지만 다른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나의 힐링하는 시간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칠 때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조용한 자연 속으로 가고 싶어 집니다. 코로나19로 대면보다 비대면이 편한 세상이 왔습니다. 그 많던 모임들과 회식들이 줄어든 일상에 적응이 되고 있어 관계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이 주는 피곤함 때문인지 자연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여행상품이 많이 나오고 그만큼 많이 찾기도 합니다. 

지친 일상을 마주할 때마다 산 속으로 찾아들어갈 수 없기에 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기분 전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곤 합니다. 주인공 혜원이 음식을 하는 영상에서 오는 영상미가 낯선 재료의 음식들조차도 먹고 싶어 지게 만듭니다. 배춧잎 한 장으로 만드는 배추전 하나가, 진한 향기를 내는 아카시아 꽃 튀김이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나도 한 입 먹어보면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나에게 힘이 필요할 때면 이 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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